코 성형 상담을 하다 보면 보형물(실리콘, 고어텍스,알로덤 등)로 인한 염증을 염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성형외과를 개원한 후 코 수술 뒤 염증을 자주 경험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수술 사례가 적어서 그렇다고 반박하신다면야 저보다 경험이 많으신 선생님들께는 할 말이 없습니다만 다른 의미로 염증은 재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관리에서 온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많은 선생님이 그러하듯 저도 수술실 내에서 재료를 아끼지 않습니다. 또 소독에 대해 간호사들에게는 병적인 수준으로 집착하도록 요구합니다. 저희 병원에 처음 오는 직원들은 다른 병원과는 조금 다른 저의 집착에 배울 때에는 고생을 좀 합니다. 수술실 안의 관리는 물론 수술에 사용되는 몇천 원에서 몇만 원이 나가는 일회용 장갑이나 실 및 보형물 등의 재료에 조금의 의심이라도 들면 새로운 것으로 바꿔 사용하여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전신 수술복을 다 입고 수술을 하지요. 이유는 저나 간호사나 실수로 수술하는 손이 몸에 스칠 수도 있다는 확률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지요.

만 9년이 되도록 코 수술 후 염증의 사례가 많지 않았던 이유는 저만의 결벽증(?)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봉합사를 예로 들겠습니다. 저도 매우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만 겨우 몇 바늘 분량만 쓰고 긴 실을 버려야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이 때문에 두루마리로 사서 필요한 만큼 잘라서 쓰는 병원들도 있습니다. 물론 소독을 철저히 하지만 저는 그냥 그렇게 하는 게 이유 없이 찜찜합니다. 성격 탓이겠지만 수술 후 염증이 발생하고 나서 아 그것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괜한 찜찜함을 두지 않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수술 후 맞춤드레싱을 한다?

많은 환자들께서 성형 후 제가 직접 드레싱을 하고 실밥을 뽑고 하는 것을 보면서 놀랍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다른 의료진이 드레싱과 봉합사의 제거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직접 드레싱을 하고 수술 후 회복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수술과정과 수술법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 수련의 과정을 들어가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상처의 성상과 상처치유의 과정 및 드레싱의 방법입니다. 성형외과 수련 중 가장 힘들고 어렵지만 지금도 가장 뇌리에 남아 있는 배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과정을 다른 의사나 의사가 아닌 직원들에게 시키는 것이 아주 부적절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드레싱을 하면서 담당의사는 수술과 관련지어 상처의 상태를 파악하고 향후 경과를 예견할 수 있습니다. 실밥을 뽑을 때 덜 아문 부위는 어디인지 진물이 나오는 곳은 어디고 진물이 나오는 양상은 어떤지를 파악해서 각 부위별로 다른 드레싱을 해주고 다른 처방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호사들이 원장님 드레싱은 환자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네 맞습니다. 수술만 환자별로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드레싱마저도 환자에 따라서 맞춤 드레싱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술 후 일주일째에 좋은 경과를 보이던 환자가 아침에 일어나니 갑자기 코가 부어 있더라면서 내원합니다. 자신이 수술하지 않았다면 모두 염증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수술 환자의 습관과 경과를 알기에 심하게 코를 풀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합니다. 3일정도 지나 아무 문제없이 가라앉았지요. 이런 경우처럼 담당의사가 확인한다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고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습니다.

성형수술을 완성하는 것은 철저한 수술 후 드레싱이다.

아무리 훌륭한 수술을 해놓아도 수술 후 염증이 발생하거나 환자에 대한 철저한 수술 후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결과는 나쁘게 바뀝니다. 그래서 저는 수술의 결과는 수술의 역할이 절반, 드레싱의 역할이 절반을 담당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원칙을 지키는 수술을 하면 수술 당시 결과는 비슷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 드레싱이 수술과정을 완성하게 됩니다. 수술과정과 봉합과정까지 잘 알고 있는 담당의사가 드레싱을 할 때, 그 결과를 최선으로 유도해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저한테 수술 받기로 한 환자가 전문의가 많이 고용된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받고는 원장이 하나이고 작은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으면 위험하고 치료는 따로 전문적으로 해주는 의료진이 있는 자신들의 병원이 좋다는 타 병원 상담실장의 이야기를 듣고 내원하여 망설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안타깝더군요. 치료 및 드레싱의 전문가 또한 성형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성형수술 전 철저한 준비와 수술 중 원칙을 지키며 수술 후 집도의의 성실한 관리가 수술 후 염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믿습니다. 

글 : 예담성형외과 조성돈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