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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수술방 면봉 이야기

  • 관리자 (yedamclinic)
  • 2009-02-28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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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면봉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왜 갑자기 면봉이냐구요. 실은 아낌 없이 칭찬해주고 싶은 우리 직원들 이야기 입니다. 
 
오늘은 수술실 들어가면서 한 직원이 면봉을 들고 있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자주 있는 장면은 아니지요. 보면서 싱긋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눈 옆이 가려워서 면봉을 사용한 것일 겁니다. 그럴 수 있지요. 경험이 있으시겠습니다만 음식을 만지는 때처럼 손을 사용할 수 없는 때 꼭 눈가가 가려운 현상이 벌어집니다. 
 
수술 글러브를 착용하고 저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동안이지만 그 시간 만큼은 장갑 낀 손을 다른 것에 접촉해서는 안됩니다. 감염방지를 위해서이지요. 만약 장갑을 벗는다면 다시 새 장갑을 착용해야 합니다. 수술 중에는 더욱 유의해야 합니다. 

저와 함께 일하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이와 같은 철저한 감염방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임시 방편인 면봉으로 간지러운 부위를 살살 비벼주고 바로 버리는 행동도 나오는 것입니다. 손의 각도와 처리하는 과정이 가히 달인의 경지입니다. 오염을 원천 차단하는 동작입니다. 웃음이 나올 수 밖에요.
 
성형외과 수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이와 같은 감염방지 습관입니다. 저는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비용을 절감할 것인가, 비싸더라도 안전하게 할 것인가의 선택에서 전 언제나 안전한 것을 선택합니다. 그러다 보니 재료비가 은근히 부담이 됩니다.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겠지요. 
 
병원도 비용을 줄여야 하고 환경에도 신경을 서야 합니다. 재료를 이것저것 써보는가 하면, 재생글러브를 쓰는 병원도 있고, 봉합사를 아끼기 위해 필요한 길이만큼 잘라서 쓰는 병원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입니다. 외과수술과 관련된 일에서는 '만약에'란 있을 수 없습니다. 철저함, 그것은 가볍게는 수술 후유증을 줄이는 일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환자는 수술대에 오르면서 저에게 모든 것을 맡깁니다. 저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의 무게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매번 되새깁니다. 
 
저는 은사로부터 그렇게 배웠고 또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칩니다. 또한 그 부분 만큼은 지나칠 정도로 깐깐한 원장에 맞춰서 잘 따라와 주는 직원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 가끔 실수로 비싼 재료를 버려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염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 직원들은 절대 저를 속이지 않습니다. 불확실할 때에는 미련없이 버립니다.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얼마든지 용서하면서도 환자에게 철저하지 못한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끔은 눈물나게 아까운 재료도 버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색이야 할 수 있나요. 제가 그런 티를 내면 직원들이 영향을 받게 되고,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의연할 수록 직원들은 저를 믿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가끔 미디어에서 수술 중 감염과 관련한 보도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원칙에 입각한 습관이 중요합니다. 0.1% 의 가능성도 원천 차단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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