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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

  • 관리자 (yedamclinic)
  • 2008-12-12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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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환자가 많은 병원이다보니 가끔은 기억을 떠올리느라 부랴부랴 준비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냐면...

"누구누구 소개로 왔습니다."...라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가끔은 너무나 오래 전에 오셨던 환자분 소개인 경우가 바로 그것이지요. 소개로 왔다고 하시는데 소개해 주신 분을 제가 모른다면 그건 일단 예의가 아닐 것입니다. 기억력이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왠만한 환자분들은 대부분 기억을 하지요.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1년도 넘게 시간이 지나버리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맙니다. 특히 이름만으로는 떠올리기가 참 어렵습니다. 

홈페이지 진료예약인 경우는 한결 여유가 있습니다. 소개해주신 분 성함이 적혀있기 때문에 환자 차트를 통해 그린 그림과 수술관련 코멘트를 보면 당시 상황을 바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수술상담을 하시면서 불쑥 '김** 씨 소개로 왔는데요...'라고 소개하시는 분들이 계시지요. 최근에 수술하신 분들이야 당연히 기억하지만 기간이 오래되면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 분의 신상명세를 듣고서야 조금씩 기억이 떠오르지요.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는 상담중이라도 차트를 가져오라고 해서 잠깐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해도 기억이 난다는 것입니다.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대부분 결국은 기억이 납니다. 소개로 오신 환자분께서 상담을 마치고 돌아가신 후, 불현듯 떠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소 제 기억력을 기준으로 생각해 볼 때 그것은 꽤나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지요. 평소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하던 차에 어제는 하나의 단서를 잡게 되었습니다.

아는 분이 방문을 하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상담시간이 평균 어느 정도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느낌에는 한 20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최소 30분에서 40분 정도라고 하는군요. '아, 아마도 이것 때문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의 얼굴만 보고 수술하면 초보 의사'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저는 상담시간이면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많이 떠드는' 편입니다. 본인의 외모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는지,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자주 만나시는 분들은 누군지... 그러는 가운데 수술을 결심한 마음을 여러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환자의 눈으로 보여지는 세상을 상상한다고 할까요? 이런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환자 본인도 알 수 없는 최적의 라인이 머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렇게 수술을 해야 몇 년이지나도, 그 몇 번의 시간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보면 볼 수록 마음에 드는 모습을 드리게 되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어떤 분이 어떤 사연을 갖고 오실까요. 감사한 마음으로 즐거운 이야기 시간을 벌여볼까 합니다. 이렇게 보면 성형외과 의사도 나름 괜찮은 직업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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