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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조의 뷰티노트> 들창코의 미학

  • 관리자 (yedamclinic)
  • 2008-08-03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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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조의 뷰티노트> 들창코의 미학

연합뉴스 보도자료 | 2008.08.01 (금) 오전 10:06 



"원장 나오라고 해. 수술이 왜 이따위야!" 

앙칼진 여성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수납데스크에 소란이 일어 상담 중에 나가보았더니 두 여성이 상담실장을 찾아와서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막 따지듯이 삿대질하는 여성은 초면인 것 같고 함께 온 또 다른 여성은 세 달쯤 전에 코 성형을 받은 낯익은 환자였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될 듯해 끼어들었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지요?" 

"당신이 원장이야?" 다짜고짜 막말로 따지듯 묻습니다. 

"네 그런데요" 

"내 동생 수술을 이렇게 해 놓으면 어떻게 해. 예쁜 얼굴을 다 망쳐 놓았네" 

무슨 큰 일이 생겼나 싶어 수술한 환자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한번 봅시다. 왜 괜찮은데요" 

"이게 괜찮다고, 이 사람 돌팔이 아냐!" 거의 막가는 수준이었습니다. 

"실례지만 환자분과는 어떤 관계이시죠" 

"아는 언니인데, 왜?" 

"아, 아는 언니세요. 제가 환자랑 이야기 할 테니 잠깐 빠져있으세요!" 

'아는 언니들' 정말 무섭다고 합니다. 옆에서 환자들을 부추겨 환불받고 다른 병원으로 유인해 몇 푼 커미션을 뜯어먹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요. 환자분을 데리고 비어있는 치료실에 가서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왜, 수술이 맘에 안 드세요?" 

"그게 아니라 저는 맘에 드는데 자꾸 주변에서 잘못됐다고 하기에..." 

환자는 말끝을 흐렸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평소 자주 드나드는 피부 마사지실에서 종사자들이 계속 코 성형 트집을 잡았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잘됐다고 생각한 코가 정말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고 "환불받고 다른 병원 가서 다시 하자"는 꼬드김에 혹해 손해 볼 것 없다는 심정으로 따라나섰다는 것입니다. "맙소사, 이런 일이!"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순간 아찔했습니다. 

"의사소견으로는 잘 됐습니다. 동의하세요" 

"네" 환자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겨우 답했습니다. 

"그럼 아는 언니, 데리고 가세요!" 

성형외과에서 간혹 발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수술을 받고난 환자들은 주변의 반응을 듣고 싶어 하지요. 자신의 생각보다 남의 이야기에 끌리다보면 갈대처럼 흔들리게 마련입니다. 자신은 만족한데 남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게 되는 겁니다. 대다수 환자들이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성형의사를 곤란케 하는 경우이지요. 후일담을 소개하면 그 사건 후 일주일쯤 지나 그 환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됐다고 칭찬합니다. 죄송합니다"며 사과하더군요. 

한데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전혀 남의 눈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지요. 자신이 만족하면 되는 겁니다. 남의 눈 절대 의식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엔가 중년 여성이 찾아왔습니다. 코를 조금 들어달라는 주문입니다. 통상 들린 코를 내려달라는 수술은 했어도 정상적인 코를 들창코로 만들어 달라니 황당할 수밖에요. 좀 더 정확한 진의파악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코 무난한데 왜 들창코로 만들려고 하시지요?" 

"제 눈에는 맘에 들지 않거든요. 조금 들린 코로 해주세요" 

"나중에 후회하실 텐데요. 며칠 더 생각해보고 오시죠" 

그래서 처음에는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뒤에 다시 와서는 또 요구하는 것입니다. 오랜 갑론을박 끝에 결국 수술을 해주었습니다. 수술한 후 한 달 뒤. "원장님 보세요. 얼마나 좋아요. 아! 이제 소원 풀었네요. 고맙습니다" 정말 기뻐하는 겁니다. 

남의 얘기 듣고 흔들리는 환자와 자기 멋과 소신대로 사는 '자기 주장파'의 환자. 여러분은 누가 더 행복하게 보입니까. 자기 소신파가 더 행복합니다. 수술 후 만족도를 보더라도 "원장님이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하는 환자보다 "이렇게 고쳐주세요"하는 환자가 더 큽니다. 설사 남들이 뭐라하든 자기 생각 갖고 사는 것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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