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담X파일

HOME > 커뮤니티 > 예담X파일

아, 오진이라니!

  • 관리자 (yedamclinic)
  • 2008-12-20 12:22:00
  • hit6128
  • vote2
  • 183.106.51.63

어느날 24세의 젊은 여성이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첫 눈에 봐도 예쁘장한 얼굴이었지요. 한데 조금 자세히 눈길을 주니 한쪽 턱이 기형적으로 작았습니다. 순간 긴장되더군요.

 

사연인즉슨, 그녀는 작년 봄, 모대학병원 구강외과에서 악안면 이상으로 양악수술을 받고 수술 후 보정을 위해서 좌측턱에 보형물을 삽입했습니다. 그러나 보형물이 돌출되는 바람에 다시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요. 수술을 위해 수천만원의 큰 비용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술 후에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수술 전과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게 그녀의 억울한 토로였습니다. 수술 전 후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이렇게 짝짝이 턱이 나올 정도의 기형은 애초부터 아니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수술 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고요. 저도 처음에는 무척 당황하며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 환자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학창시절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가슴에 품고 살아왔던 의사로서 큰 바윗덩어리가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한 심정이었습니다. 가슴 한켠에선 “과연 말끔히 치유해줄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마저 고개를 내미더군요.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할 수밖예요. 처방을 내리기 전에 정확한 진단이 먼저라는 생각에 구강내 수술한 흔적을 요모조모 꼼꼼히 검사했습니다. 그리고 피부를 만져보는 순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코를 중심으로 정확히 반쪽 얼굴의 피부가 반대편에 비해서 너무나도 얇은 것과 함께 피하 지방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턱부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마와 눈 주변까지 피부와 피하지방이 얇아져 있고 턱 부위에서는 저작근도 상당히 축소돼 있었습니다. 

 

환자는 중학교 초반까지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가 그 이후로 얼굴이 이렇게 변형이 되었다고 회상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소름이 확 끼치며 전율했습니다. ‘맙소사, 롬버그병이구나!’ 속으로 저도 모르게 외쳐댔습니다. 성형외과에 몸 담은지 14년째-. 책에서만 공부하던 희귀한 병을 직접 목도하게 된 것입니다.

 

다음 순간 다시 뇌리를 스친 건 구강외과의 오진입니다. 진단이 정확치 않은 탓에 치료도 틀리게 한 듯보였습니다. 내심 당혹스러웠으나 환자는 이미 지친 듯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습니다. 환자는 진행기간(progression phase)이 지나 안정시기(stable phase)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되어 자가지방주입을 시행해 주었습니다. 요즘 많이 좋아졌지만 앞으로 몇 차례 더 지방주입을 해야할 것입니다. 의사의 말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따라준 환자에게 고맙기도 합니다. 아울러 치료가 성공적으로 잘 끝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진으로 큰 아픔을 맛본 그 환자를 떠올리면 의사로서 가슴이 아픕니다. 아울러 굳은 각오를 다집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연구할랍니다. 이런 황당한 진료를 하는 의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전문의로서 통렬한 자기 성찰의 기회를 준 그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롬버그 병 (Romberg disease) 
 

롬버그병은 1825년 페리라는 사람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고 1846년 롬버그라는 사람에 의해서 병으로 상세히 기술되기 시작한 병이다. 원인을 알 수 없게 진행하는 얼굴반쪽의 위축증을 롬버그병이라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십대에 발병하기 시작하여 보통 2년에서 10년간 지속적으로 위축증이 진행한다. 그이후로는 안정기에 접어들어 더 진행하지는 않으며 자연회복이 되지 않는 질환이다. 여성에게서 남성보다 1.5배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으며 위축현상이 피부와 피하조직을 주로 침범하고, 아동시기에 발병하게 되는 심한 경우에는 근육과 뼈의 위축현상도 동반하게 된다. 원인과 병의 발생기전은 여러 가지 신경학적 가설만 있을뿐 밝혀진 이론은 없으며, 치료법은 병이 진행이 끝난 시기에 지방이식이나 피판술 등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병이 진행중일 경우에는 혈액공급을 많이 받는 피판술을 시행해주는 것이 적절한 치료법으로 되어있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